양적완화와 ZIRP가 만들어낸 수익률추구 현상
[ 목 차 ]
1. 기업 부채와 주식으로 돈이 몰리다
2. 석유 산업으로 돈이 몰리다
3. 상업용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다
4. 개발도상국의 부채로 돈이 몰리다
5. 마이너스 금리 탄생
양적완화와 ZIRP는 2007년에서 2017년 사이에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거의 다섯 배로 늘려놓았다. 이는 자원을 대대적으로 잘못 배분하고 금융위기를 일으키며 기존에 자산이 많은 이들만 이득을 보는 현상이 발생하게 만들었다.
기업 부채와 주식으로 돈이 몰리다.
2018년 말에 미국 CLO 시장 규모는 6,000억 달러로 10년 전의 두 배였다. 그중 약 1,100억 달러어치를 은행이 보유하고 있었다. 은행들은 트리플 A 등급만 구매했기 때문에 자신의 투자가 지극히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부채 상품에 대한 수요가 많아서 부채 가격이 계속 낮게 유지되었고, 이는 점점 더 많은 기업이 돈을 빌리도록 유인을 제공했다.
대출 수요가 많아지면서 꼼꼼하게 살펴보던 검토 작업이 느슨해졌다. 예상 가능하게도, 돈을 빌리려는 많은 기업이 그들이 앞으로 돈을 얼마나 벌지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추산했다. 이후에 신용평가 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16년 신규로 이뤄진 기업 대출의 90%에서 해당 사업의 수익이 목표치에 미치지 못했다. 회사들은 자신의 부채가 이익의 세 배 정도일 것이라고 추산했는데 사실은 여섯 배였다. 하지만 미래 수익 예측치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돈이 갈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양적완화는 주식시장에 인플레를 일으킬 목적으로 고안되고 실행되었다. 그리고 효과가 있었다. 2010년 이후 10년 사이에 주가가 크게 올랐다. 연준이 개입 근거로 들었던 것처럼 전반적인 경제성장은 약세였고, 임금은 광범위한 분야에서 정체되어 있었으면 해외에 심각한 위기 요인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2010년에서 2016년 사이에 77%나 상승했다. 이를 빗대어 '타이타닉호가 침몰할 때 사람들이 갑판에 몰린 것은 갑판이 너무 좋은 곳이어서가 아니라 거기 말고는 갈 데가 없었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퍼져나갔다.
석유 산업으로 돈이 몰리다.
돈은 자산을 찾아야 했고, 텍사스주와 노스다코타주에서 새로 개발된 유정의 형태로 자신이 분출하고 있었다. 새로운 석유 시추 기법인 수압파쇄법은 에너지 업계에 완전히 새로운 지평을 열어젖혔다. 월가에서 수압파쇄 사업의 미래를 광고하는 기업들의 이야기에는 무한한 낙관이 담겨 있었다. 돈은 값싼 부채의 형태로 수압파쇄 분야에 쏟아져 들어갔다. 한 추산에 따르면 2005년에서 2015년 사이 석유업계의 부채 규모가 2,000억 달러로 세 배가 되었다. 2017년 한 해에만도 수압파쇄 산업은 600억 달러의 돈을 부채로 조달했다.
이 시기의 시대정신에 조심성과 깐깐함은 매우 희소했다. 수압파쇄 사업자들은 거의 기망에 가까운 수준으로 낙관적인 전망을 이야기하며 돈을 빌렸다. 그들의 낙관주의는 해당 유정이 얼마나 많은 양의 석유를 생산할 수 있을지에 토대를 두고 있었다. 석유 생산량이 부채를 얼마나 빨리 갚을 수 있을지에 토대를 두고 있었다. 석유 생산량이 부채를 얼마나 빨리 갚을 수 있느냐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월스트리트저널'의 탐사보도가 나중에 실제로 실현된 생산량에 비해 부풀려져 있었다. 그들의 추정 생산량은 평균적으로 10%나 과장되어 있었다.
이것을 알기 위해 회계 장부를 정밀하게 뜯어볼 필요까지도 없었다. 수압파쇄 사업자들은 매우 큰 규모로, 그리고 매우 공개적으로 손실을 입었다. 2012년 중반부터 2017년 중반까지 가장 큰 석유탐사 및 생산 회사들은 매 분기에 도합 90억 달러의 적자를 보았다. 그런데도 여전히 이들 회사에 회사채와 레버리지론이 형태로 돈이 흘러들어 갔다.
월가의 투자자들이 수압파쇄 사업자들에게 돈을 투자한 것은 멍청해서도 아니었고 사업자들이 제시한 생산량 전망치를 진심으로 믿어서도 아니었다. 연준이 그렇게 투자하라고 인센티브를 주었기 때문에 그렇게 투자한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전국에 유정 수천 개가 뚫렸다.
상업용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다.
2013년에 채권 애널리스트 존 플린은 곧 줄지어 닥칠 부동산 담보 대출 디폴트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 그는 그 종말의 순간을 '만기의 벽'이라고 불렀다. 그가 말한 만기의 벽은 2006년의 버블 시기에 발행되었던 상업용 부동산 채권 수백억 달러어치의 만기가 도래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날은 상업용 부동산 업계에 심판의 날이 될 것이었고 상환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없는데도 돈을 빌려서 쇼핑몰, 사무단지 등을 지으려 한 무책임한 개발업자들에게 죽음의 선고가 내려질 것이었다. 그들에게 나간 대출은 여러 형태로 묶여서 '상업용 부동산 담보 증권CMBS'라는 금융상품으로 다시 팔렸다. 존 플린은 직업 생활 대부분은 CMBS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보냈다. 그는 CMBS를 만들어서 판매했고, 신용평가기관에서 그것의 등급을 평가했으며, 나중에는 CMBS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자문하는 회사를 설립했다. 그래서 그는 닥쳐올 만기의 벽을 잘 알고 있었다. 2005년에서 2008년 사이에 완전히 형편없는 발행기준으로 수십억 달러어치의 CMBS가 창출되었다. 주택 버블과 비슷한데 아직 터지지 않았을 뿐이다. 2014년에서 2016년 사이에 만기가 되어 전체를 다 갚든지 롤오버를 하든지 해야 할 시점이 오면 순차적으로 버블이 터질 것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벽은 없었고, 대혼란도 없었다. CMBS 채권 중 약간만 불이행되었을 뿐이었다. CMBS에 편입되어 있는 부채는 부실하다는 것이 분명했지만, 그 부실한 대출들이 상환 불능이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대부기관들이 새 CMBS를 계속해서 더 만들어내고 있었다. 나중에 이루어진 CMBS의 수익성에 대한 텍사스대 연구팀의 연구에 의하면, 2013년에서 2019년 사이에 발행된 4만 건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총 6,500억 달러어치 중에 거의 1/3에서 수익 예상치가 5% 이상 부풀려져 있었다. 이 말은 해당 자산이 대부기관이 약속했던 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이 문제는 수압파쇄 대출과 기업 부채에서 벌어진 현상과 동일한 것을 반영하고 있었다. 투자자들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데 너무나 절박했고, 그래서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된 것은 연준이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의 부채로 돈이 몰리다.
매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양적완화로 투입된 달러의 흐름을 추적했을 때 수십억 달러가 멕시코, 폴란드, 튀르키예 같은 개도국으로 들어갔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 국가는 미국보다 신용 위험이 더 크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더 높은 이자를 제시하고 있었다. 튀르키예는 2009년과 2012년 사이에 2005년과 2008년에 빌렸던 것보다 여섯 배나 많은 돈을 채권을 발행해 빌렸다. 빌린 돈으로 건설 붐을 일으켰고, 경제성장률을 7%로 밀어 올렸다. 인위적으로 일으킨 건설 붐에 의해 지어진 건물들은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계속 지어졌다. 하지만 그러한 차입은 부채 시장에서 어떤 변화라도 생길 경우 그 나라 금융이 극도로 취약해지게 만들었다. 버냉키가 2013년에 양적완화를 테이퍼링 할 수도 있다고 발표하자 시장은 즉각 조정에 들어갔고 투자자들은 위험한 국가의 채권에서 돈을 빼기 시작했다. 이후 3개월 사이에 튀르키예의 채권 42억 달러어치가 매각되었다. 폴란드에서는 24억 달러어치가 빠져나갔다. 외국 투자자들이 채권을 투매하면서 이들 국가의 화폐 가치가 떨어졌다. 튀르키예, 브라질, 멕시코, 폴란드의 화폐 가치는 2013년의 테이퍼 탠트럼 동안 4%~5%가량 낮아졌다. 연준이 경로를 되돌려 테이퍼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자 리라나 페소 같은 통화의 가치가 2% 뛰었다. 개도국 채권 수요가 다시 강해졌고 대출시장이 되살아났다.
마이너스 금리 탄생
ZIRP 시대에 발생한 일 중 가장 이상한 것은 마이너스 금리 부채이다. 마이너스 금리는 일반인들의 개념에 모순으로 다가온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 빌려가는 사람에게 빌려가줘서 고맙다고 돈을 지불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마이너스 금리 부채 실험은 금융위기 이후 유럽에서 시작되었다. 2012년까지 사실상 세계의 어떤 부채도 마이너스 금리로 제공되지 않았다. 빌려주는 쪽이 벌금을 내듯이 계속 돈을 지불해야 하는 첫 채권은 긴급 조치로 등장했다. 보유하고 있으면 비용이 계속 발생하는 채권이 스웨덴 등 유럽 국들에서 선을 보였다. 처음에는 비용을 많이 물리지 않았다. 2015년에 스웨덴 중앙은행 릭스방크가 금리를 0.1%로 낮추었다. 이어서 독일, 덴마크 등 다른 나라들과 유럽중앙은행도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마이너스 금리는 양적완화와 동일하다. 투자자들이 위험한 수익률을 추구하는게 목적이다. 다만, 그렇게 하는 것에 유인을 제공하기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에 벌을 주는 방식을 사용한다. 즉 돈을 저축할 때 말 그대로 벌을 받는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 채권은 빠르게 효과를 낸 뒤 없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졌다. 그런데 그다음에 매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투자자들이 이러한 채권을 사겠다고 줄줄이 몰려든 것이다. 2016년에 마이너스 금리 채권은 전 세계 총부채의 29%를 차지했고 7조 달러어치의 채권이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되었다. 채권 투자자들이 안전하게 돈을 피신시킬 은신처를 절박하게 찾으면서 독일이나 덴마크 같은 정부에 돈을 지켜주는 비용을 기꺼이 낼 태세가 되었다.
주석
CLO : Collateralized Loan Obligation의 약자로, 담보 대출 채권을 의미함. CLO는 대출 채권을 기반으로한 자산 증권화(Asset-Backed Securities)의 한 유형입니다. 은행이나 기업 등으로부터 발행된 대출을 모아서 패키징하고, 이 패키지를 기반으로 채권을 발행하여 투자자들에게 판매합니다.
출처 : The Lords of Easy M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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