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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연방준비제도7_ZIRP의 영향(제로금리정책)

by 언더라인S 2023.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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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RP(제로금리정책)의 영향

 

 ZIRP의 영향을 이해하는 데는 ZIRP가 만든 세상에서 고수익에 목마른 헤지펀드 경영자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 유용하다. 이 헤지펀드 경영자는 채권을 흡수하고 돈을 내놓는 공정에 참여했을 것이다. 이를 통해 국채를 연준에 팔아 100만 달러의 수익을 얻었다고 해보자.

100만 달러가 들어왔을 때 이 헤지펀드 경영자가 가장 먼저 생각할 것은 현재의 금리다. 금리는 이들이 모든 것을 보는 렌즈다. 100만 달러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 내어줄 수 있는 돈이 얼마인지를 금리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장기 국채 금리가 4%인 세상에서는 그 돈을 국채에 가만히 넣어두었을 때 매년 4만 달러를 벌 수 있고 여기에 리스크는 기본적으로 제로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 헤지펀드 경영자를 찾아와서 돈을 국채에 묻어두지 말고 자기가 밀고 있는 사업에 투자하라고 설득한다. 투자를 받으러 오는 사람은 매우 다양하다. 한심할 정도로 낙관적인 텍사스주 석유회사 경영자는 셰일가스를 채굴하기 위해 수압파쇄식 유정을 뚫으려고 한다. 마이애미주의 부동산 개발업자는 초호화 아파트를 지으려고 한다. '다각화'라는 말을 마법의 주문인 양 내내 이야기하는 주식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있다. 이러한 사람들이 줄줄이 찾아와 헤지펀드 경영자를 설득한다. 이들의 머리 위에서는 4% 금리라는 칼이 늘 흔들리고 있다. 이들 모두 자신의 프로젝트가 10년 만기 국채에 안전하게 돈을 묻어두었을 때의 수익 4%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설득해야 한다. 수십 년 동안 일은 이렇게 돌아갔다. 그런데 2010년부터는 일이 이렇게 돌아가지 않았다.

 

 단기 금리가 너무 오랫동안 제로에 머물러 있었다는 말은 다른 금리들도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는 의미다. 그리고 양적완화는 이 효과를 의도적익 전략적으로 강화했다. 양적완화의 주된 목적은 돈을 안전하게 저축할 때 얻을 수 있는 장기적 이득이 매달 점점 더 낮아지게 만드는 것이었다. 뉴욕 연방은행 트레이더들은 이를 위해 특정한 국채를 매입했는데, 10년 만기 미국채 같은 장기국채였다. 이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원래 연준은 단기 채권 거래로만 통화 공급을 조절했다. 그런데 이번에 장기 채권을 사들인 이유는 그렇게 하면 월가 투자자들이 돈을 안전하게 묻어둘 수 있었던 금고 하나를 닫아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금융 붕괴가 시작되기 전인 2007년에는 돈을 10년 만기 국채에 저축할 때 5% 수익을 올릴 수 있었는데 2011년 가을에는 이것이 2% 수준으로 떨어졌고 여기에 연준이 일조했다.

 

 ZIRP의 전반적인 영향은 현금을 파도처럼 쏟아내고서 그 현금이 새로운 투자처를 맹렬히 찾아 나서게 만든 것이었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동태적 과정을 '수익률 추구'라고 부른다. 한때는 모호한 개념이었는데 이제는 미국 경제를 묘사하는 핵심 개념이 되었다. 돈을 가진 사람들, 그러니까 투자할 돈 수십억 달러를 가진 사람들은 제로보다 높은 수익이라면 무엇이라도 잡기 위해 새로운 투자처를 찾으러 나섰다. 

 

 수익률 추구 압력은 높은 위험이라도 기꺼이 추구하며 고수익을 좇는 헤지펀드 매니저에게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었다. 연금기금이나 보험회사처럼 투자 성향이 가장 보수적인 기관들도 수익률 추구의 압력에 처했다. 이러한 기관들은 방대한 운용 자금을 보유하고 있고 이 자금에서 나오는 이자 수익이 재무 건전성 유지에 핵심이었다. 이자율 4%인 세계에서는 가령 연금기금이 1,000만 달러만 국채에 저축해도 모든 연금 청구액을 감당할 수 있었을 것이다. 4%씩 이자가 꼬박꼬박 들어왔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금리가 제로 가까이로 떨어지면 이 연금기금은 갑자기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고, 따라서 수익률을 찾아 나서야 한다. 이제 연금기금 같은 보수적인 기관마저 수압파쇄식 유정과 호화 아파트 개발 프로젝트를  귀담아듣는다.

 

 이것이 ZIRP가 자산 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이유다. 사람들이 수익률을 찾아 나설 때 그들은 자산을 구매한다. 이는 자산 수요를 증가시켜 회사채, 주식, 부동산, 심지어는 미술품에 대한 가격까지 밀어올린다. 자산 가격 인플레이션은 양적완화의 의도치 않은 결과가 아니었다. 그것이 바로 양적완화의 목적이었고, 자산 가격이 높아지면 '자산 효과 wealth effect'를 일으키고 이 이득이 더 폭넓은 경제로 확산되어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지리라는 기대에서 이뤄진 일이었다. 이러한 자산 효과가 일어나려면 제로금리가 우선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부터 이득을 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연준의 고위 의사결정자들은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미국의 자산 소유가 폭넓은 사람들에게 분산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2012년 초에 미국의 가장 부유한 1%가 전체 자산의 25%를 소유했고 하위 50%가 소유한 비중은 6.5%에 불과했다. 연준이 자산 가격에 불을 땠을 때, 이는 사회 전체적으로는 별다른 기별이 없이 상층의 매우 소수에게만 이득을 주었다.

 

 

 

출처 : The Lords of Easy M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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