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2_양적완화(QE)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의 시행

 

 2010년에 FOMC는 제로 바운드를 뚫고 내려갈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고, 11월에 최초로 사실상

금리를 제로 아래로 내려가게 만드는 급진적인 실험 안을 놓고 표결을 할 예정이었다. 이 실험은 돈을

심지어 더 많이 풀게 될 터였고 미국의 경제성장을 촉진하려는 노력에서 연준이 중심에 서게 만들 것

이었다.

 

 그 이후의 세상이 어떤 세상이 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연준의 모든 것이 그렇듯이 이 실험적인 프로

그램에는 의도적으로 모호한 이름이 붙었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은 이게 무엇인지 알기조차 어려

웠고 하물며 관심을 두거나 따져보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이 프로그램이 바로 양적완화다.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가 시행되면 미국의 금융 시스템은 완전히 재구성될 터였고 경제에

서 연준의 역할도 완전히 달라질 터였다. FOMC 내부에서는 양적완화에 대해 맹렬한 논쟁이 벌어졌

지만 대중은 그러한 내용을 거의 알지 못했다. 미국의 통화 공급에 대한 정치 논쟁은 통화 공급이 연준

내부 위원회의 결정 사안이 되면서 대중에게서 점점 유리되어 이제는 거의 숨겨지다시피 한 채 진행

되고 있었다.

 

 한때는 화폐 사안이 매우 뜨거운 정치 이슈였다. 2010년에 총기 규제나 세금이 그랬듯이 한때는 화폐

를 두고 대중 정치 담론에서 맹렬한 논쟁이 일었다. 1896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지명자 윌리엄 제닝

스 브라이언은 화폐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민중주의자였고 대중 호소력도 뛰어나서 화

폐 사안을 민중의 분노를 자극하는 주제로 활용했다. 여기에서 돈에 대해 미국에 존재했던 모든 언명 중

가장 유명하고 강력한 정치적 언명이 등장한다. 유세에서 브라이언은 이렇게 외쳤다. "금으로 된 십자가

에 인류를 못 박게 두어서는 안 됩니다." 이 말 자체는 금본위제를 지칭한 것이었지만 그는 단기 금리와 

본원통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는데, 이것은 FOMC 위원들이 6주마다 비공개로 논의하는 바로 그 주제

다. 브라이언 시절에 통화정책이 그렇게 뜨거운 정치이슈였던 데는 이유가 있다. 아직 연준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여전히 통화량 관리는 민주적으로 통제되는 공공의 장에 속해 있었다. 이 상황은 1913년

에 연준이 설립되면서 막을 내린다. 이제 통화량을 조절하는 권한은 전적으로 연준이 갖게 되었고, 다시

연준은 그 권한을 FOMC에 전적으로 부여했으며, FOMC는 이것을 비공개로 논의해 결정했다. 돈에 대

한 의사결정 주위로 거대한 장벽이 세워졌다.

 

 양적완화에 대해 우려한 문제는 브라이언이 우려했던 문제 못지않게 사람들에게 중요했다. FOMC의 논

의는 전문적이고 복잡하지만 핵심은 경제 시스템에서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양적완

화는 전례 없는 양의 화폐를 공급하게 될 테고 그 돈이 월가의 거대 은행으로 먼저 흘러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매우 부유한 사람과 나머지 모든 사람 사이의 격차를 더 크게 벌리게 될 것 같았다. 자산을 소유한 극

소수는 혜택을 보겠지만 월급을 받아 살면서 저축하려고 노력하는 아주 많은 사람에게는 해가 될 터였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또 다른 문제로, 거대한 화폐의 파도는 자금이 싸고 풍부해진 환경에서 월가의 모든

기관이 점점 더 위험한 행동에 나서도록 부추기게 될 텐데, 이는 애초에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것과 같

은 종류의 파괴적인 금융 버블을 일으킬 수 있었다. 

 

 우려했던 예상은 거의 모두 적중했다. 어떤 정책도 그해 11월에 연준이 시작한 정책보다 미국 경제를 더

대대적으로 바꾸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어떤 정책도 부자와 빈자의 격차를 이 정책보다 더 크게 벌리지 못

했을 것이다. 2010년 11월에 연준이 한 일을 이해해야만 그 이후 10년간의 매우 희한했던 경제 상황을 이

해할 수 있다. 자산 가격이 급등하고 주식시장은 활황을 이루는데 미국의 중산층은 뒤로 계속 밀려나던 상

황 말이다.

 

 

출처 : The Lords of Easy M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