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지침(Standing Directive)을 발동하다.
연준은 레포시장 개입을 발표하면서 헤지펀드나 베이시스 거래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오버나이트 론 금리를 관리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임시방편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언급하지 않았다. 레포 구제 금융은 수주, 수개월 간 지속되었는데 연준 고위 당국자들은 내내 이것이 일상적인 시스템 유지 보수인 것처럼 이야기했다.
연준은 레포시장 붕괴가 연방기금 금리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만 좁게 초점을 맞추었다. 연방기금 금리가 연준이 설정한 경계를 벗어났을 때 연준은 뉴욕 연방은행에 '유지 지침 standing directive'이라고 불리는 것을 발동했다. 유지 지침은 단기 금리를 FOMC가 원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라는 지시였다. 9월의 그날, 목표 금리는 2~2.25%였지만 이것이 깨졌다. 그래서 뉴욕 연방은행은 금리가 범위 안으로 다시 들어오게 하기 위해 레포 개입을 시작했다. 이 모든 일은 실리콘밸리에 떠도는 농담을 연상시킨다. 간단한 지침을 수행하는 데 무제한의 역량을 가진 인공지능이 스팸 메일을 모두 없애라는 지침을 받았다. 인공지능은 문제를 분석해서 모든 스팸을 인간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일련의 핵탄두를 발사해 인류를 없앴다. 더 이상 스팸 메일은 없었다. 간단한 지침이 어마어마한 권력으로 수행된 것이다.
레포 구제 금융은 성공했고 지침을 수행했다. 연방기금 금리는 다시 범위 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오보나이트 레포 론은 이 조치의 시작일 뿐이었다. 레포 론이 확대되던 몇 주 동안, 파월은 이미 계획의 다음 단계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연준은 또다시 양적완화를 할 계획이었다. 정상화 기간에 연준은 은행의 초과지준금을 1조 3,900억 달러까지 낮추었고 여기가 수영장의 바닥임을 발견했다. 연준이 값싼 레포 론을 영구적으로 제공한다 해도(연준은 실제로 이것을 고려했다) 은행의 지급준비금 고갈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비 양적환화 Non-QE : NQE
레포 위기 이후 2주가 지난 10월 4일에 FOMC가 긴급 동영상 콘퍼런스 콜을 했다. 회의는 연준 경제분석가의 발표로 시작되었다. 그 발표는 레포 개입은 효과가 있었지만 진짜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세금 납부 시점이 분기마다 돌아오는데 그러면 은행들은 다시 한번 현금 부족 사태에 처할 수 있었고 그런 일이 벌어지면 시장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려웠다. 이 불확실성에 맞서기 위해 연준은 시스템에 돈을 다시 부어야 했다. 가장 명백한 수단은 양적완화를 한 차례 더 하는 것이었다. 나중에 공개된 회의록을 보면 FOMC의 모든 위원이 여기에 찬성했다.
연준이 이 계획을 마무리하는 동안 파월은 덴버에서 열린 경제 콘퍼런스에서 연설을 했다. 그는 이 자리를 이용해 연준이 하려는 일을 발표했다. '어느 시점에 우리는 적절한 수준의 지급준비금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의 증권 보유를 늘릴 것입니다. 머지않은 시점일 것입니다. 저는 지급준비금 관리 용도로 연준이 대차대조표를 늘리는 것과 금융위기 이후에 있었던 연준의 대규모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절대로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바입니다.'
파월은 양적완화처럼 보이는 것을 하긴 할 것인데 그것이 양적완화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둘 사이의 차이는 오로지 연준의 의도뿐인 것 같았다. 연준은 이번에는 경제를 진작하려고 돈을 뿜어내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이번에는 그저 지급준비금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이며, 유지 보수의 일환이라고 말이다.
월가의 트레이더 들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비 양적완화 non-QE' 줄여서는 NQE라고 불렀다. 하지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전혀 오해하지 않았다. 연준 풋이 확대되고 있었고 시장에 더 깊숙이 들어오고 있었다. 오버나이트 레포 론의 사용은 연준이 시장이 위험하게 화염에 휩싸이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헤지펀드들은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행동했다. 즉 더 많은 돈을 빌려서 더 많은 주식을 매입했다. 골드만삭스의 한 지표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이 빌린 돈으로 일으킨 거래가 레포 구제 금융과 비양적완화 이후 급격히 늘었다. 2020년 2월 동안만도 헤지펀드의 레버리지 비율이 5%나 증가했다.
출처 : The Lords of Easy M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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